RPG
살려줘!
夢影
2010. 11. 18. 13:34
어제의 세션은........
오히려 프렐라티 때나 장 때보다 더 충격적이었고 플레이어가 더 당황했던 거 같다.
일단 자니님을 끌어들이게 되었고... orz
장때는 루즈와 엮일 때부터 조금 예상했었고, 그래서 프렐라티와의 거래로 이어지는 일련의 흐름이 '뻘짓'으로 오히려 극적인 분위기가 되었다며 사실 좀 즐거워하기도 했다.
근데 미켈로의 경우, 티에리에게 던져진 NPC도 아니고.. orz 소개 받는 처지인데 이런 만행을 저질러 관계를 파탄냈으니 정말로 저주의 티에리라 아니할 수 없다. 내가 저질러놓고도 내가 화들짝 놀라서... 도대체 왜 이런 짓을 한 거지.. 하며 리플 보고 몸부림 치는 중.
차라리 캐릭터가 가는 대로 갔다면 그냥 우호나 다지고 왔을 텐데-정보를 못 캐내더라도 훗날을 기약할 수 있게- 플레이어가 지나치게 거래상대나 떠볼 상대로만 생각해서 문제가 더 커졌다. 그리고 책에 대한 얘기가 얼마나 역린인지(어쩌다 본 게 아니라 '몰래 들어가서 본 것'이니까 더 조심했어야 하는데)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줄것도 없으면서 무슨 거래를 하겠다고 그러는지.. '줄 게 없는데 어쩌지', '이 얘기 해도 되나.'라고 우려하면서도 더 깊게 대안을 고민해보지 않았던 것도 문제다.
더 가슴아팠던 건, 이게 내 자신에게 자주 나타나는 문제라는 거다. 이런 식으로 말을 잘못 툭툭 내뱉어서 쌈나는 거. orz 뭔가 머릿속에 많은 생각이 붕붕 떠다니는데 그게 정리가 안 된 채로 잡히는 걸 날 것 그대로 내뱉어 버리니 생각했던 것보다 '더 비꼬는 말'이 되거나, '말한 자신도 영문을 모를 말'이 되거나... 친한 친구한테 이렇게 말하면 싸움이 난다. 아니 싸움이 나기 이전에 내가 해놓고 바닥을 판다... 뒤에 수습하려고 죽는다.. 그래서 별명이 폭주, 수습.. 뭐 이런 게 붙고.. orz
아예 업무상 일로 만나는 사람한테는 처음부터 기대도 없고 바라는 것도 명확하니까 건조하게 말하더라도 두서없이 말하는 일은 적은데, 아니 만약 저런식으로 앞뒤 짤라먹고 내가 필요한 것/지적할 것만 말해도 원래 그런 관계니까 문제 없는데(그래서 프렐라티하고는 -일방적으로 말렸지만- 평정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거다) 친한 사람의 경우, 혹은 그저 호의로 친분을 맺으려는 경우에 저런 식으로 굴면... 세션에 나온대로 결과가 나옵니다. ㅇㅅㅇ... 수습하는 거 힘듭니다...
이건 의식하고 있던 버릇인데 이거 참 대화가 많은 사교캐를 하다보니 ORPG에서도 그대로 드러나는구나.. 으윽 콤플렉스를 눈앞에서 실시간으로 중계당하는 기분이이이이익... orz
그래도 글로 써서 하는 거니까(그래서 TRPG는 못합..) 마음의 준비도 하고 그러고 하는 거니까 좀 나을 줄 알았더니.. 이게 무슨 꼴이람. 내가 알아봐야할 것은 정리해 갔는데... 그가 바라는 건 뭐고, 내가 그에게 줄 수 있는 게 뭐고(그게 겉으로 드러나는 어떤 게 아니더라도 호의라든가 우정 같은 게 될 수도 있고) 하는 걸 안 준비해갔더니 이런 난리법석.
깨달은 것--
1. 나는 정말 즉흥성 & 순발력 제로다.
2. 나는 사교 능력 제로다.
3. 세션은 세이브도 로드도 안 된다.
4. 내 수준에서는 내 목표만 단순 정리하는 걸로는 방법을 바로 떠올려내지 못한다.
5. 그런 고로 현상황과 상대방 캐릭터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확실하게 이해하고 다양한 반응을 예상해본 뒤 각 상황에 대한 대응을 구체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6. 5번을 지키지 않으면 이번 같은 일은 또 발생한다.(아니면 지나치게 아무 의미도 없는 세션이 된다)
7. 즉 혹시 준비가 안 되었으면 차라리 세션을 포기하거나 미루자. orz
PS. 다른 건 둘째 치더라도 저때문에 자니님 백스의 트라우마 건들이고 ㅇ,ㅇ;;; 죄송합니다아아... 게다가 제가 수습할 방도도 없.. orz 미 미켈로씨 죄송합니다아아...
--이게 만약 어비스였다면 그런 식으로 말하는 게 당연하니까 미켈로가 저렇게 뭐라고 해도(아니 일단 그런 일 자체를 안 할 테지만) 눈 하나 깜짝 안 했을 텐데...(아무래도 얜 PC가 아닌 거 같아.-2 or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