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대륙의 하나뿐인 제국, 이제 막 철도가 개통된 셀즈란 도시에 있습니다. 대도시의 삶에 익숙한 사람도 있을 수 있고 어딘가 촌에서 갓 상경하여 어리둥절한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분에게든 여러분의 눈에 보이는 기차라는 물건은 정말로 신기하기 짝이 없을 겁니다. 이 제국은 이제 막 기차와 증기선을 만들기 시작하고 수도 등 일부 도시에서는 증기를 이용한 기계 제작을 위해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제국의 도시들은 대부분 그러한 발명과 개혁 따위의 진취적인 분위기에 고취되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몬스터는 저 아래 남쪽 정령의 숲이나 험한 산지에서나 간혹 눈에 띌 뿐 세상에는 아무런 풍파도 일으키지 못하고 있으며 이종족과도 예전처럼 피로 피를 씻는 적대적 관계가 아니라 평화롭게 교류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도 이종족은 자신들의 영역에서 잘 벗어나지 않으며, 제국민의 태반을 차지하는 에쿠트들에게는 대부분 낯설기만 한 존재로 받아들여지지만 말입니다.
그러나 이곳에도 문제는 있습니다. 정치인들은 부패했으며 종교가들은 이러한 정치인들과 하나가 되어 신의 이름 아래 더한 패악을 부리기도 합니다. 세상의 이치를 연구하는 마법사들은 이단심문관의 탄압으로 어둠속에 숨어버려서 이제 일반인들에게 마법이란 그저 미신쯤으로 치부되고 있습니다. 여전히 이종족을 사냥하거나 변방의 작은 마을을 습격하는 도적떼가 횡행하며 심지어 그 도적떼와 오히려 결탁하는 정치가도 있습니다. 어느 비평가는 지금 제국을 썩을대로 썩어 터질 것 같지만 겉모양과 향만은 그럴 듯한 사과에 비유하기도 하였습니다.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고 변혁, 혹은 혁명 등을 위해 암약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여러분은 제국의 영광이 빛을 바랠 끝, 아니면 거대한 변혁이 일어날 시초를 보고 있습니다. 그 변화 속에서 어떠한 길을 선택할지는 여러분들의 선택일 것입니다. 지금 당장은 서로 이유는 다르더라도 사라사로 향하는 게 목적이겠지만요.
행성 개관
달은 두 개, 각기 다른 궤도에서 다른 공전주기로 움직인다. 지구보다 달의 위치가 가까운 편이라 실제크기는 더 작지만 둘다 더 커보인다. 하나의 공전 주기는 25일, 다른 하나는 20일. 조수간만은 대체로 좀더 가까이 있는 달 즉 20일 주기로 도는 달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 자전 주기는 대충 24시간. 공전 주기는 좀더 길다. 작으니까 궤도가 좀더 커서 400일. 태양이 좀더 뜨거운 녀석이라서 기후 자체는 지구와 비슷하지만 계절의 변화가 좀 더 명확하고 계절 주기가 조금 더 길다.
세계 개관
총 세 개의 대륙으로 이루어져 있다. 아브너 제국이 있는 서대륙과 지금 한창 전국시대인 동대륙은 북쪽 얼음의 대지를 통해 이어져 있고 남대륙은 동대륙 끝의 어둠의 숲을 통해 이어져 있다. 동대륙과 서대륙은 어느정도 인적/물적 교류를 하고 있지만 남대륙은 고밀도의 마력장이 주변을 두르고 있어 접근이 거의 불가능하다.
종족 개관
에쿠트
신체: 인간. 지구의 인간과 같다. 다만 문명 발달 정도에 비해 키가 큰 편이다. 남자의 평균은 180센티미터 이상이며, 여자의 경우도 보통 170은 넘는다. 남자는 170, 여자는 160 이하면 작은 체구라고 한다.[룰적으로는 수정치가 없음. ST 10을 기본으로 한다.] 평균 수명은 60세 가량이다.
사라스
신체: 검은 피부, 암록색 머리카락, 눈동자 색은 다양하나 대체로 짙다. 남녀 모두 평균 신장은 140센티미터 정도로 날씬하고 날쌔다. 하루에 한끼만 먹거나 안 먹어도 되지만 대신 길게 자란 머리칼을 통해 광합성을 한다. 반 난생이다. 1주기 동안 뱃속에 있다가 단단한 태반에 둘러싸인 채 태어나며, 이후 태반을 통해 광합성하여 영양분을 얻으며 2주기를 보낸 뒤 태반을 찢고 두번째로 태어난다. 평균 수명은 150세 가량이며 100세 전후까지는 인간의 30대 이하 외모를 유지한다.[ST -2(-20cp), DX +1(20cp), 저소비성2(4cp), 하루에 두시간씩은 햇빛을 쐬어야 하며 하루 1시간 이하로 햇빛을 쐴 경우 FP -1의 패널티를 받는다. 이 패널티는 이후 햇빛을 필요한 만큼 쐬며 휴식을 취해야 회복된다(-1cp), 수면연장1단계(2cp), 청각예민1(2cp), 자연친화1(10cp)=17cp]
호다르
신체: 적어도 2미터는 훌쩍 넘는 커다란 키에 덩치를 가졌다. 몸은 짧고 가는 털로 덮여 있으며 얼굴은 사자와 닮은 데다가 머리칼이 있을 부분에는 길고 거친 갈기가 나 있고 사자와 닮은 꼬리가 있어서 전반적인 인상은 두발로 걷는 사자와 같다. 털색은 백금색부터 짙은 밤색까지 다양한 편이며 눈동자 색도 마찬가지이다. 민첩하지는 않으나 강력한 힘과 체력을 가지고 있고 특히 추위에 강하다. 다른 종족들 사이에서는 커다란 덩치 때문에 쉽게 눈에 띈다. 수명과 생식 등은 인간과 다르지 않다.[크기 +1, ST +2(18cp), DX -1(-20cp), HT +1(10cp), 털가죽(1cp), 방호점1(5cp), 온도내성3(3cp)=17cp]
라기드(NPC/하이파워 캠페인 한정)
신체: 정령과 같이 정해진 수명이 없는 정신 생명체이며 대체로 인간 영혼의 모습을 하고 있으나 생명체라면 어떠한 모습으로든 변신할 수 있다. 성별 구분은 없으나 반려가 생기면 특정한 의식을 통하여 2세를 ‘발생’시킬 수 있다. 물리적 공격에는 상처 입지 않으나 마법적인 공격에 취약하다. 변신을 많이 하면 정체성에 타격을 입을 수 있고 종국에는 죽음에 이르거나 원래의 정체성을 잃고 괴물이 되기도 한다.[비실체-실체에 영향(160cp), 변신-자유변신/하루 3회/부작용: 매번 변신할 때마다 IQ판정을 하여 실패시 HP-3=(50cp), 불로(15cp), 면역-생물학적 유해요소(30cp), 수면 불필요(20cp), 음식 불필요(10cp), 호흡 불필요(20cp), 마법 재능2(25cp), 마법에 약함3(-9cp), 약점-마법작용*2(-20cp)=301]
서대륙 개관
달력
두 달이 모두 보름달이 되는 때부터 다음 모두 보름달이 되는 때까지의 기간인 100일을 1주기로 하고 총 4주기를 1년으로 한다. 1주기는 아브너 북부에서는 25일 단위의 넉달로 나누고, 남부-깊은 숲이하 지방에서는 20일 단위의 다섯 달로 나눈다. 거대한 강을 젖줄 삼아 살아가는 남부 사막의 사람들은 조수간만의 차에 따라 강의 수위가 변화하기 때문에 20일 달력을 주로 쓰게 되었다고 한다. 제국의 공식 달력은 25일력이다.
역사와 문화
무하르 제국기
고대의 도시국가들은 생산력이 발전하면서 점차 경계를 넓혀갔고 이웃 사회와 갈등을 빚으면서 조금 더 큰 규모의 여러 연맹체를 형성하게 되었다. 무하르 제국의 시초는 사실 그러한 연맹체 중 하나였다. 농업이 발달하면서 강이 가로지르는 평야지대에 자리잡은 무하르는 외부 세력의 침략도 잦았지만 그만큼 세력을 키워나가는 데에도 선구적이었다. 대 평원에서 나는 막대한 농업 생산력을 바탕으로 무하르는 다른 연맹체들을 포섭해나가기 시작했다.
무하르는 혼인과 식량공급을 빌미로 한 포섭, 군사적인 위협 등등의 방법을 통해 대륙 북부를 지배하게 되었지만 그 형태는 근본적으로 느슨한 봉건 제국이었다. 황제는 수도 무하르를 중심으로한 영지를 다스리는 가장 높은 귀족에 가까웠다. 무하르의 황제는 대체로 점령한 지역의 옛 지배자를 인정했다, 물론 협조적인 경우에만. 협조적이지 않은 경우엔 군사를 동원하기도 하고, 암살을 하기도 하고 혹은 협조적인 다른 후보자를 밀어주어 지역 내에서 자기들끼리 처리하게 하기도 했다. 협조는 곧 상호계약을 의미했다. 황제는 영주의 해당 지역 지배권을 보장하고, 영주는 그것을 대가로 조공과 군사력을 바치는 계약이었다.
무하르의 황제는 당시 가장 큰 지배력을 가지고 있던 7명의 영주들과 계약을 맺었고, 7명의 영주는 그 휘하의 영주들과, 규모는 작지만 형식은 마찬가지인 계약을 맺었다. 무하르 제국은 그런 다층적인 계약으로 성립된 국가였다. 그러나 제국 형성 이후, 상호 견제를 위해 계속된 혼인관계로 얽히고 섥히게 된 무하르와 7명의 대영주들간의 혈연 관계는 세월이 지나면서 황위 계승 서열에 혼선을 빚었고, 그것은 곧 무하르 황권의 약화를 가져왔다.
처음 무하르의 분열이 표면화된 것은 27대 황제 아레디움 3년, 무하르 건원력 612년의 일이었다. 그 전까지는 젊고 치기 어린 황제가 자다가 베개에 질식해 숨지거나, 사냥 나간 황태자가 시체가 되어 돌아오거나, 뛰어난 재능을 보인 제2 황위 계승권자가 실종되는 등의 미묘한 사태가 벌어지기는 했어도 여하튼 등극한 황제에게 표면적으로 충성서약을 어기는 자는 단 하나도 없었다. 선대 황제의 직계 후손이 아닌 자를 황위로 미는 일도 아직은 없었다.
그나마 그때까지 황실은 아직 표면적으로나마 권위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17대 황제 아레디움이 8세라는 나이로 의심스런 돌연사를 당하면서 정국은 혼란속으로 빠져들었다. 16대 황제인 올레움은 안 그래도 몸이 약했기 때문에 아레디움이 채 크기도 전에, 그리고 다른 아들을 보기도 전에 22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어린 아레디움이 다섯살의 나이로 등극했을 때 그의 어머니 황태후 에스네딘은 겨우 24세였다. 그녀가 갈대치 강 상류의 대영주 데페츠가 가주의 누이였기에 섭정 명목으로 데페츠 家는 제국을 좌지우지할 수 있었다. 아레디움이 황궁 정원의 분수에 빠져 익사하지만 않았더라면 데페츠 가의 지배는 3년보다는 더 길었을 것이다. 아레디움의 사망 원인에 대해서는 정말로 단순히 사고였다는 주장도 있고, 섭정인 데페츠가 아예 황위를 차지하여 무하르 제국이 아닌 데페츠 제국으로 만들고자 하여서 암살했다는 주장도 있다. 한편으로는 데페츠 가의 섭정이 사실상 계약-디 무하르의 성을 가진 자가 다른 이들의 수장이 된다는 것을 무시한 것이었기 때문에 다른 대영주들이 그를 견제하기 위해, 혹은 그들도 다른 허수아비를 세우기 위해 황제를 암살한 것이라는 학설도 있다. 아무튼 아레디움이 후사 없이 죽자 실제로 데페츠는 자신이 황위에 오르고자 하였다. 그의 아버지도 데페츠 가로 입적한 15대 황제의 자식이었고, 그 어머니 또한 15대 황제의 조카였기 때문에 황위 계승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황태후의 지지를 통해 데페츠는 황위에 등극하였지만 가템 가에 입적한 16대 황제의 형제 타쿠한은 그 것을 받아들이지 않고 궐기했다. 다른 영주들 중 갈대치 강 동부의 영주인 브란, 아베티노스, 쿤은 가템의 편을 들었고, 서부의 영주인 우슬라, 줄라카는 데페츠가와 손을 잡았다. 수도에서는 노상 암살과 결투와 저주와 독살 따위가 비일비재했고 여기서 반란이 일어나면 저기서 칭왕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전국시대
그리고 중앙의 그러한 혼란을 틈타서 지방의 소규모 영주들이 세력을 키우기 시작했다. 대영주들이 마법과 대규모 군대로 이루어진 천재지변 수준의 전투를 벌였다면, 소영주들은 중앙의 지배력이 약화된 틈을 타 우격다짐으로 이웃 영지를 침탈하거나, 연합하여 대귀족에 대해 쿠데타를 일으키거나 그 후 와해되어 다시 세력 다툼을 일삼는 식으로 백여 년 간 서로 먹고 먹히는 전란을 벌이고 있었다. 그러면서 터전이 유리하고 무장이 뛰어난 몇몇 소영주들이 새로운 세력으로 두각을 나타내게 되었는데 그 중 하나가 라디우스 가문이었다. 그들은 호수와 그 주변의 비옥한 토지를 영지로 하여 생산력도 풍부한 편이었고 뒤쪽으로는 산맥이 앞으로는 호수가 막고 있어서 방어면에 있어서 유리한 측면이 있었다. 아레노 라디우스(후에 아브너 제국의 황제가 됨)가 영주의 자리에 오르기 전까지 라디우스 가문은 영지의 수호에 중점을 두고, 아수라장 같은 정국을 지켜보는 축이었다. 그러나 아레노 라디우스가 영주가 된 뒤 적극적인 외교(무력 압박과 경제 압박)를 통해 다른 소영주들을 포섭하면서 세력을 확장시켜 대륙 북부를 지배하는 유일한 세력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한편 일반 평민이나 영주에 예속된 농노들은 계속된 군비 확장과 그로 인한 세금 압박, 천재지변 수준의 마법전투로 한계에 달해 있었다. 계속되는 전쟁과 그 속에서 너무도 쉽게 스러져가는 목숨 때문에 사람들은 결국 들고 일어섰다. 아브니아 여신의 이름을 기치로 들고. 마법으로 운명을 조롱하고 권력으로 백성을 짓밟는 귀족들에 대항하여 일어선 그들은, 처음에는 아브니아 여신을 숭배하는 종교적 공동체에서 시작되었으나 점차 반마법, 반영주적인 성격을 띄어 점차 세력이 확장되고 도적떼나 유랑민까지 아우르며 과격화되다가 마침내는 거대한 농민군화되었는데 그 농민군화의 핵심 인물이 바로 아브넬이었다. 아브넬 이전의 아브니아 신앙은 그저 지역별로 산재해 있는 종교공동체를 통해 행해졌다. 아브넬은 고아로 북서부의 아브니아 종교공동체에서 자라던 와중에 영주군의 습격으로 몰살 위기에 놓인 마을을 자신의 능력과 라기스의 힘을 빌어 구해낸다. 그 소문을 들은 다른 지역의 아브니아 신앙자, 도망자 등이 몰려들게 되고 또 그렇게 몰려든 사람들에게 황무지를 개간하게 하고 방어를 위한 군사훈련을 시키고, 그 땅을 노리던 다른 군사들을 물리치다가 소문이 더 확대되고, 그들의 세력권도 확대되기 시작했다. 자기방어를 할 만한 능력이 부족하던 몇몇 소영주들, 혹은 약육강식의 전란에 불만을 갖고 있던 뜻있는 무사들 등이 지도층으로 포섭되면서 아브니아농민군은 체제를 확립할 수 있게 되었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농노의 해방이었다. 경작하는 사람에게 그 토지의 소유권을 주는 것, 영주의 인신구속력을 해체하는 것이었다. 다른 것에는 관심없다. 자신들이 일군 땅을 자신들의 손에 넘겨주기를 바란 것뿐. 아브니아농민군에 참가한 소영주들은 라디우스측과는 달리 가난하고 황폐한 땅의 영세지주였다. 어차피 인신구속력을 발휘하기에는 촌주들보다도 힘이 약했고 악착같이 수확을 거둬도 더 커다란 세력을 가진 대영주들에게 모두 빼았겼으므로 그들은 차라리 농민군의 편에 서서 토지를 분급하고 개간지를 그들의 것으로 만들어줘서 생산의욕을 향상시켜서 생산량 자체를 늘리고 거기서 세금을 받아먹는 편이, 그러니까 월급쟁이가 되는 편이 차라리 안정적이고 벌이도 좋고 폼도 난다고 여겼다.
계속된 전란은 대귀족들의 몰락을 가져왔다. 이미 초기의 황위계승전쟁으로 적지 않은 피해를 본 데다가 이후 휘하의 영주들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해가면서 처지가 급속히 악화된 것이다. 거대한 마법을 부렸던 대귀족들은 전쟁에서 언제나 가장 중요한 타겟이 되었다. 아무리 경천동지할 마법을 지녔어도 한밤중에 몰래 잠입한 암살자나 고립된 상황에서 끊임없이 몰려드는 적(그것이 쿠데타를 일으킨 소영주 연합군이든 농민 반란군이든 간에)을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으며 마찬가지로 마법사인 다른 귀족과 싸우다 동귀어진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았다. 계속된 근친혼으로 인한 부작용 탓에 자손의 수 자체가 줄어들고, 귀족가에 마법의 재능을 가지고 태어나는 이들 자체도 줄어들었다. 게다가 휘하의 영주들이 독립하면서 대영주였던 이들도 세대를 거치며 소영주로 전락하거나 아예 가문이 멸족하는 일도 자주 일어났다. 가까스로 살아남은 대귀족들은 그나마 무하르 동부의 평야를 유지하고 있던 브란가의 아래에 연합하여 무하르 제국의 명맥만을 간신히 유지하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이러한 결과 전국시대의 막바지에는 서북부의 농민반란군, 동북부의 라디우스 중소영주 연합군, 중부의 무하르대귀족 연합군이 서로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리고 이후의 이야기는 아브넬의 이야기에 서술하였다.
아브너 제국기
지금 아브너 제국의 정계는 삼파전 상태. 건국 공신으로서 세를 거듭하여 황권조차 좌지우지하며 기득권을 누리고 있는 대귀족들. 그리고 아브니아 교단은 전국시대부터 기세를 떨치기 시작하다가, 그 세력을 등에 업고 세워진 아브너 제국의 국교로 지정되면서 명실공히 대륙의 유일무이한 교단으로 자리잡은 상태다. 중세의 카톨릭과 같은 권위를 갖고 있기 때문에 황제조차도 아브니아 교단의 말에 좌지우지될 수 있다. 교단에서의 파면은 세상으로부터의 파면과 맞먹는달까.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증기기관이 발명된 후 산업이 발달하면서 새롭게 부상한 재계 인사들과 그 후원을 바탕으로 정계에 입문한 젊은 관료층이다. 황제는 흔들리는 황실의 권위를 바로잡기 위해 젊은 관료층을 적극적으로 후원하고 있지만 대귀족들의 견제도 만만찮은 상태고, 교단에서도 신성력을 지닌 사제의 숫자가 줄어가는 와중에 산업 발달이 고도화되면서 종교자체가 권위를 잃어가게 되는 바람에 전전긍긍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사소한 자극에도 극단적인 방식으로 대항하는 일이 잦아졌다. 대귀족들이나 황실에서는 아브니아교단의 권위를 이용하는 입장이고, 젊은 관료층은 황실과 인연을 맺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로 아브니아 교단에 대해서는 세속화되었다는 것 때문에 비판적인 입장이다. 어쨌거나 실제 민중들-특히 중부에서 농업을 하는 농민들은 대체로 아브니아교단과 황실에 대한 충성을 유지하고 있다. 마녀에 대해 터부시하고 박해하는 것도 여전하고, 열흘에 한번씩 신전의 예배에 참석하고, 하루에 세번씩 땅을 향한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두 달이 함께 보름달을 이루는 날에는 술을 마시지 않는 등 교율을 꼼꼼하게 지키며 살아가는 데다가 안 그런 사람은 죄다 이단자라고 생각하는 완고함을 갖고 있다.
가문과 상속제도
서대륙의 상속제도는 무하르 4대 황제에 이르러 확립되었다. 무하르에서 평민-농노-상인은 성이 없으며 성을 가진 계급, 즉 귀족과 황족은 아버지 가문의 이름을 따른다. 작위를 잇는 단 한 명만이 소유하였음을 뜻하는 ‘디'가 붙는 성을 갖게 되며 나머지는 그냥 가문에 속해 있다는 의미의 성만을 받는다. 적장자 우선 상속제이며 나머지는 아버지나 후계자의 아량에 따라 약간의 상속을 받거나 한다. 이러한 상속법은 아브너 제국 시기인 근대까지도 이어진다.
마법의 역사
고대의 샤먼이 체계화된 마법 체계로 바뀌면서 무하르 제국시대에 마법은 번성하게 된다. 물론 마법을 쓰기 위해서는 특별한 자질이 필요했기 때문에 마법사가 많아진 것은 아니지만 마법사의 재능을 가진 자는 그 출신이 노예라 할지라도 귀족처럼 대우받았다. 무하르는 학교를 세워서 마법사의 재능이 있는 이들을 양성했고 그들을 통해 권력을 공고화했으며 귀족들은 마법사를 자신의 가문으로 포섭, 가문의 일원으로 만드는 것에 혈안이 되었다. 마법사의 재능은 대체로 유전성향이 있기 때문에 그랬던 것이다. 마법사끼리의 혼인, 근친혼 등을 통해 황족과 7대 영주 가문은 마법사의 핏줄을 강하게 이어받았다. 그러나 위에도 언급했듯이 전국시대 내내 이어지는 계속되는 전란에서 귀족가에서 마법사의 출생이 점차 감소하고 마법사의 양성 체계도 와해되어 강력한 마법사의 배출이 없어졌다. 또한 전투마다 천재지변을 일으키는 마법사에 대한 공포와 증오는 전투가 계속될 수록 심해져서 종국에는 전투마다 마법사를 노리는 것이 전략의 기본 원칙이 되었고, 그 와중에 희생되는 마법사의 수도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 뿐만 아니라 전국 말기 일어나기 시작한 아브니아 신앙이 과격화되면서 아브니아를 섬기지 않는 군소부족의 주술사, 다른 종교의 사제, 점쟁이, 마녀, 마법사들에 대한 학살이 자행되었다. 그러한 과격한 아브니아 신도들의 세력을 등에 업고 전국을 제패한 라디우스는 거기에 더하여 마법 사냥을 대대적으로 추진한다. 아브니아 신앙을 통해 하나의 중앙집권적인 국가체제를 이룩하고자 타 문화-특히 무하르제국의 소산인 마법 등을 억압하고 아브니아 신앙과 중북부 문화의 전파를 국가적으로 지원한 것이다. 그런 건국 초기의 문화가 이후로 죽 이어져서 300년이 지난 지금에도 아브너 제국에서는 마법을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마법을 미신적인 습속이라고 생각하거나 전란을 이끄는 악마의 주술이라고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 아브니아교단에서는 여전히 마법과 관련된 현상을 조사하며 마법사는 선하든 악하든 잡아들이는데, 이것은 국가-정부에서도 인정한 권한이다. 이단심문관에 걸린 마법사는 건국 초기에는 무조건 화형을 당하였으나 현재는 마력 봉인을 당한 뒤 신전 등의 노예로 전락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현재 세력이 불안정한 만큼 아브니아교단에서는 공공의 적인 마법사를 잡아들이고 공공연히 처벌함으로써 권위를 유지하는 것에 혈안이 되어 있다. 이단심문관은 도처에 존재하며 일반 시민 또한 그들의 편임으로 마법사는 교단에서도 죄인 낙인이 찍힌 뒷골목의 범법집단에서나 아브니아교단-아브너 제국의 세력이 미치지 못하는 이종족의 마을에서만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마법의 개념
일단 가장 오랜 삶을 살고 아주 가끔씩만 문헌에 모습을 드러내는 마법의 종족 라기드들에 따르면 그들은 아브니아와 벨로얄, 라쿠투라는 세 존재가 이 세계를 주관한다고 여기고 있다. 다만 그들은 어느 한쪽이 두드러지는 힘으로 세계에 존재를 나타내기보다는 세 존재는 그저 세계의 일부이자 세계를 주관하는 균형과 법칙으로 나타나며, 마법이란 그 균형을 이해하고 흔들 수 있는 재능이라고 본다. 즉 어느 한 신에게 부여받는 신성력이라는 것은 이치상 있을 수 없는 것이다.
마법은 재능의 정도에 따라 그 법칙을 이해하고 지배할 수 있는 공간/시간적 범위가 달라지고 배우는 방식에 따라 사용 형태도 달라진다. 재능의 발현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대체로 가까운 혈족 중에 마법사가 있으면 재능이 발현될 가능성이 높아지며, 극단적인 경험, 정신적인 수양 등도 발현에 촉진제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여겨진다.
사라스에서는 마법을 주술이라고 부르고 주술을 쓸 수 있는 자는 제사장으로서 섬겨진다. 또한 호디르에서는 재능=신의 선물이라고 부르며 그것을 쓸 수 있는 자는 샤먼으로 받든다. 라기드는 기본적으로 마법 종족이므로 선천적으로 ‘이해’와 ‘사용’이 가능하지만, 사라스와 호디르는 각기 전승으로서 마법의 교육을 받음으로써 체계적으로 마법을 사용하게 된다. 한편 에쿠트에서 마법이란 역사 파트에서 말했다시피 애초에 이단으로 탄압되었기 때문에 현재 전승도 거의 끊겨 제대로된 마법(+1이상)을 배우는 것이 거의 힘든 상황(특수한 배경)이고 혹 전승을 받는 경우에도 비밀로서 지켜져야 한다(아브니아 교단의 신성력과 관계는 다음 종교 파트를 확인할 것).
문명 수준
평균 TL4, 일부 대도시(라디우스/무하르/사라스/엘름/셀즈)TL5이다. 증기기관이 시험운영되고 있다. 석탄은 생산되지 않지만-혹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지만 대신 고효율의 목탄 생산이 가능한 탄파 나무가 북부 고원지대에서 자라는데, 그걸 대량으로 농장에서 길러서, 열과 압력을 가해 목탄으로 만들어서 각종 기계 설비, 난방 등에 사용한다. 모양은 숯을 납작하게 만든 것처럼 생겼다. 주로 난방에 쓰이고 방적기, 직물기, 인쇄기 등의 공업-건설용 기계가 발명되어 일부 도시에서 사용되고 있다. 증기자동차는 아직 발명 중이며 증기선은 라무 운하를 운행하는 두 대밖에 존재하지 않고, 기차는 수도 라디우스에서 셀즈까지만 시험 운행중이다. 화약이 발달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화약이 발달한 뒤에 전투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여기서의 화약은 원거리 발사 무기보다는 건설업, 광업 등에서의 발파 작업용 폭약 방향으로 주로 발달했다. 화약에 대한 지식은 에쿠트보다는 사라스들쪽이 훨씬 뛰어나고 아브너제국에서는 그 비밀을 알기 위해 호시탐탐 사라스 기술자들을 회유, 협박하려고 하지만 아직 성공했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 의학적 지식- 특히 위생에 대한 지식은 대륙 전체에 걸쳐 TL5 수준으로 발달해 있는데 이는 모두 사라스와 교류하며 그 문화가 전파되어 이루어진 일이다.(자세한 사항은 사라스 종족편에서 설명한다)
아브니아교단
제국에서 정식으로 종교적인 형태와 제의를 가지고 있는 것은 오로지 아브니아교단뿐이다. 창조주이자 유일신, 대지모신으로서 아브니아라는 여신을 섬기며 다른 신앙 및 마법 등 교단 밖의 이적은 배척하는 경향이 있다. 성실과 성심을 근본 교의로 하며 정해진 성례를 성실히 지키고 교단의 위계를 성심으로 따르는 것을 중시한다. 아브너 제국의 국교로서 제국과 황제 체제를 대지모신 아브니아로부터 명받은 직분이라고 정당화하고 제국으로부터 비호를 받았다.
교계 제도
가톨릭과 유사한 교계 제도인 교황, 그리고 교황을 선출할 자격을 가진 12명의 추기경, 그리고 주교와 사제, 부제, 그리고 평신도로 이루어져 있다. 부제 이상은 혼인을 하지 않고 온전히 신께 헌신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작은 촌락 단위(100~399명 인구)까지도 아브니아 교단의 교회가 들어가 있는데, 촌락 단위의 교회에는 일반 사제가 임명되고 큰 읍 수준에는 주교, 그리고 대교구의 도시에는 대주교가 임명된다. 대주교와 교황청 소속의 중요 임무를 담당하는 주교들 중 40년 이상 성직에 봉직하고 특별히 성실하며 성심이 깊은 자 12명을 교황이 명하여 추기경으로 임명한다. 추기경이 하는 일은 중대 교리와 교황을 투표로 결정하는 것이다. 각 직위는 신성력과 같은 기적의 발현으로 얻을 수도 있지만 그럴 경우는 명의만 얻게 될 경우가 더 많으며 실제 교구를 치리하는 주교직위에 오르는 자들 중에는 신성력이 전혀 없는 이들이 더 많다. 한마디로 직위의 승급에 신성력이 큰 관계를 안 한다는 것이다. 다만 신성력-기적의 소유자가 세간에서는 추앙을 받기 때문에 홍보와 교화의 역할을 맡는 일이 많다.
교황청과 교황
한편 특이한 것은 교황이 관할하는 교구이자 전국 교회의 중심이 되는 교황청이 수도 라디우스에 있는 것이 아니라 디포에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디포가 곡창지대로서 아브니아 신앙의 발원지이기 때문이다. 교황은 대지모신 아브니아의 대리자로서 황제와 임무를 나누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황제는 대지모신에게서 인간과 만물의 육적 지배를 명받은 자이며, 교황은 대지모신에게서 인간과 만물의 영적 지배를 명받은 자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추기경에 의해 임명된 교황은 육적인 주인이 된 황제에게 보고해야 하고, 황제가 즉위할 시에는 교황으로부터 축복을 받게 되어 있다.
특징
가톨릭과 다른 점은 여성 또한 사제, 주교 등의 직위에 오를 수 있다는 것(심지어 아직까지 전례는 없지만 원칙상으로는 교황위에도 오를 수 있다!)과, 주교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있었을 경우 교단에 공이 있는 자에게 속가에 있다 하더라도 명예 사제직을 수여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제국 내 유일한 정규 군인이 아닌 사적 무력집단으로서 교회의 수호를 목적으로 하는 교회기사단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교회기사단의 인원 또한 부제, 사제, 주교의 일반 교계에 따르게 되어 있으며 혼인 금지의 규칙 또한 마찬가지이다.(기사단장은 주교의 위치에 있고 일반 평기사는 사제, 그리고 수습기사는 부제에 위치한다.) 이 기사단의 주 목적은 말 그대로 교회 사제들의 신변 보호, 건물의 경비,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으로는 이단의 탐색 및 처벌을 들 수 있다. 저항할 시 즉결 처분할 권한도 있다. 대부분 무력이 뛰어난 이들이며 일부는 고위 사제-주교보다 더 큰 신성력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마법과 신성력
위에서 아브니아교단의 사제가 사용하는 이능을 ‘신성력’이라고 이름이 붙였지만 이 세계에서 신의 존재는 증명된 바가 없다. 에쿠트의 마법과 신성력은 그 구조상이나 겉보기상 차이가 나지 않으며 그것을 구분하는 것은 오로지 사제로서 허락 받은 자가 사용하느냐 아니면 무단으로 사용하느냐일 뿐이다. 한편 이미 마법 전승이 혼란되기 시작한 전국시대 후반에야 발달하기 시작한 아브니아교단은 다른 에쿠트들과 마찬가지로 제대로 된 마법 전승이나 체계화는 하지 못하고 있다. 교단 내부에서 드물게-아마도 정신 수양 덕택에- 나타나는 마법 재능은 신실함의 징표로 여겨지고는 있으나 대부분의 고위 성직자들이 비마법사이므로 신성력을 가진 사람은 교단 내에서 경계를 사고 있다. 교단 내부의 마법, 즉 ‘신성력’은 다른 전승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마법 원리와 마법화 등의 마법 고유의 특성과 관련된 계열은 잘 다루지 못하며 주로 원소 계열, 보호와 경고, 치료 계열의 마법을 사용하게 된다. 그러나 혈계 전승도 없고 지식 전승도 불완전하기 때문에 아브니아교단의 능력자는 점차 줄어가고 있는데, 황제 및 귀족 측에 대한 견제와 체제 유지를 위해 신성력을 지닌 사제의 수를 일정하게 유지할 필요가 있던 교단 측에서는 민간의 마법사 탐색을 계속하면서도 어려서 재능을 발현하는 아이들을 교회측에서 신의 축복을 받은 아이라고 수용하거나 이단 심판 시 처벌 대신 교회에서의 봉사를 거래수단으로 내놓아 포섭하려고 하기도 한다.